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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지방선거

<추천의 글> 달변의 정치보다 눌변의 정치를 믿습니다.



 추천의 글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녹색당의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리당원 깻녹이라고 합니다. 김상미 님을 부산녹색당의 광역비례대표 출마자로 추천하며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오랫동안 상미 님을 알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상미님과 함께 활동하며 어쩌면 가족이나 친구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상미님을 자주 보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상미 님과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운영진 활동을 하며 자주 만났지만,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건 청소년 성소수자 관계맺기 프로젝트 <퀴즈>를 함께하면서였습니다. 그때 우리는 아웃팅(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하여 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을 당했던 경험과 아웃팅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커밍아웃(나 자신의 의사에 의해 내 정체성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한 생각, 나를 정체화하기까지의 과정, 사회에서 비치는 퀴어에 대한 시선 등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부터 (그가 졸업 준비로 바빠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혐오를 낙인찍는 사회에 부당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을 보았고, 곧이어 저와 함께 녹색당에 입당하였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쉬는 사이 상미 님은 열심히 녹색당에서 활동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탈핵, 원자력발전소 증설 반대 피켓팅, GMO 식품 반대, 공장식 축산 반대, 선거법 개정, 낙태죄 폐지, 채식주의 실천 등 녹색당이 지향하는 전방위적인 가치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16년부터 <퀴즈> 모임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었는데, 작년부터 작은 임대공간을 이용해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를 위한 카페 <소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그의 생각과 활동이 허황하다고 할지 몰라도, 제 눈에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이뤄 나가기 위해 끈기 있게 행동하고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그 실천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했습니다.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인 저는 그가 가족이라는 체제 안에서 '나'로 살기 위해 얼마나 고단한 노력을 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선거와 시의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젠더퀴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출사표를 던지려 합니다. 


혹자는 묻습니다. 정치인은 정치만 잘하면 되는데 굳이 성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단 걸 밝히는 게 이득이냐고요.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성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단 걸 밝히는 게 득이 안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 곳곳에 널려있는 혐오와 맞서 싸우는 것이 진보의 가치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알랭 바디우는 뺄셈의 정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기존의 국가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민의 동일성, 정상 가족의 규범에서 벗어나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노인, 흑인(혹은 제삼 세계 이주민), 비인간 동물 등 동일성을 해체하는 차이의 정치학, 가장 소수자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정치를 시작하자고요. 정치의 장에서 소수자성을 드러내고 지향한다는 것은 가십거리와 인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상가족의 규범 밖에 있는 사람이, 기존의 성역할 밖에 있는 사람이 국가법이 강제하는 규범과 법을 흔들겠다는 선언으로 보아야 합니다.


혹자는 성소수자가 출마하면 성소수자 의제 말곤 다른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성소수자의 선거 출마는 기존 정치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자 선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소수자 의제 외의 다른 의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성소수자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민이기에, 노동에서 먹거리까지 자신의 삶이 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의제에만 목숨 걸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출마 후보자의 삶의 이력을 보고 진정성을 고민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고민 아닐까요? 


녹색당에 입당하여서 한 활동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상미님이 보여준 활동의 이력은 그가 가진 삶의 가치, 삶의 정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멉니다. 저는 달변의 정치보다는 눌변의 정치를 더 믿어보고 싶습니다. 공적 언어를 점유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입만 산' 자들의 옷을 벗기고 웅얼거리고 버벅대는 '입 뺏긴' 자들의 정치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 씨앗을 김상미님께서 처음으로 틔워 주시리라 믿으며 광역비례대표 출마자로 김상미님을 추천합니다.


2018. 01. 23. 화요일 

녹색당원 깻녹 씀